뉴욕 시의회, 비시민권자에 투표권 주는 법안 통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뉴욕 시의회가 내년부터 시민권자가 아니어도 시의회 경선을 포함한 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안을 지난주 찬성 33표, 반대 14표로 통과시켰다.

조례안에 시장이 서명해 발효시킬 경우, 뉴욕시는 약 80만명의 비시민권자에게 투표권을 허용하는 미국 최대 도시가 될 전망이다. 뉴욕시 전체 등록 유권자 490만명의 16% 수준이다.

다만, 이들은 연방선거나 주(州)선거에는 투표할 수 없다.

코리 존슨 뉴욕 시의회 의장은 “그린카드 소지자(영주권자)를 포함해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법안을 표결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존슨 의장은 “이민자들은 세금을 내고, 도시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며, 자녀들을 미국 공립학교에 보낸다”며 “그들은 우리 공동체의 일부이며 지방정부에 발언권을 행사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법안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뉴욕 시장이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법적 소송으로 효력을 중지시킬 수 있다.

이 법안은 뉴욕시에 30일만 거주하면 투표자격을 부여하도록 했다.

공화당 시의원들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이 너무 급진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닉 랭워시 뉴욕주 공화당 대표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 위험한 법안이 선거를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랭워시 대표는 30일만 뉴욕에 머물면 모든 시(市)선거 투표권을 주는 법안이 발효되면 외국 세력이 미국 선거에 손쉽게 개입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방 공화당 차원에서도 제동을 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로나 맥대니얼 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미국 시민들이 미국의 선거를 결정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맥대니얼 위원장은 “뉴욕시의 결정은 선거의 무결성을 훼손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격하고 권력에 굶주린 민주당의 산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인 로리 컴보 뉴욕시의회 민주당 대표는 “이 법안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표를 희석할 것”이라며 법안이 뉴욕 흑인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나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남미나 아시아계 비시민권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경계로 풀이된다.

빌 드 블라시오 뉴욕 시장은 이전에 해당 법안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지만,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블라시오 시장은 지난 11월 말 언론 인터뷰에서 “주민들이 열심히 노력해 얻어내는 시민권이 가치 있게 평가되고 무게감이 실리도록 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샌프란시스코 등 14개 도시에서 시·카운티(한국의 군[郡]에 해당) 선거에 비시민권자의 투표를 허용하고 있다.